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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12성문 종주 산행 (3/5)
박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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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021.05.21 |
가사당암문에서 시작한 의상능선은 예상대로 고행 길의 연속이었다. 쉬는 시간을 짧게 가지며 틈틈이 쉬곤 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게 북한산탐방지원센터에서 가사당암문까지 거의 쉬지 않고 주파한 것이 역시 과욕이었던 것 같았다. 시간은 단축했지만 체력 소모가 큰 데도 회복시간을 갖지 못했으니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서서 걷는 것보다 바위에 박혀있는 철주와 쇠줄을 잡고 오르거나 사족보행으로 오르는 것이 힘이 덜 드는 것 같았다. 능선을 오르다 숨이 너무 가쁘고 가슴이 답답하여 마스크를 벗고 심호흡하기를 십여 차례 이상 하면서 용출, 용혈, 나월, 나한봉을 오르니 이제는 고지가 서서히 앞에 보이는 듯하다. 청수동암문에 도착하니 11시 35분이다. 지난번 준비산행 때 도착한 시간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청수동암문을 지나 문수봉은 포기하고 대남문으로 직행한다. ‘오늘은 12성문이야.’ 대남문에 도착하니 아직 점심 먹기는 조금 이른 듯 하고 먹을 곳도 마땅치 않아 내쳐 대성문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작정하였다. 대성문에 도착하니 12시가 거의 다 되었다. 점심 먹을 자리를 여기저기 찾아보았으나 주변 쉼터에도 자리가 없어 할 수 없이 대성문 문루의 여장(女墻, parapet) 끄트머리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점심을 먹으며 한건산 채팅방에 12성문 답사 소식과 함께 사진을 올린다. 솔직히 조금은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그리고 이제 큰 고비는 넘겼다고 안심을 하면서... 점심은 체력 보완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이 먹었다. 김밥, 오이, 피망, 토마토, 오렌지, 초콜릿, 그리고 물. 30분 정도의 점심시간 후에 다시 보국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대성문에서 보국문 사이 몇 개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걷는데 갑자기 오른쪽 사타구니 부근 허벅지가 뻐근해진다. ‘아이쿠, 큰일이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며 걷는 속도를 늦추고 걸음의 폭도 줄여나갔다. 그게 근육 문제의 시작이었다. 대동문을 지나고 동장대, 용암문에 이를 때 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용암문을 지나 노적봉에 접근하며 오르막 산길을 걷는데 오른쪽 허벅지 무릎 윗부분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큰일이야. 백운봉암문까지만 가면 되는데. 그러면 내리막길이니까. 북문과 원효봉으로 올라가는 것은 내려가다 중간에서 충분히 쉬어 체력을 회복하면 어떻게 되겠지.’ 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조금 쉬다가 걷는데 몇 걸음 못가 또 쥐가 난다. 여기서 무리하면 그때는 절대로 걸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때부터는 쉬다가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용암문에서 백운대 가는 길이 이렇게 멀고 경사가 급했던가?’ 하면서 이제는 걷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3:1 내지는 2:1로 맞추며 앞으로 나아갔다. 지나쳐가는 젊은이들을 부러워하면서... 그렇게 기를 쓰고 올라 백운대가 조망되는 노적봉 입구 쉼터에 이르러서는 백운대가 멀지 않으니 이제는 좀 쉬어도 되겠다 싶어 결국 퍼져 앉았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결실의 단맛은 결코 쉽게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지.’ 배낭을 열어 과일과 야채, 과자 그리고 물로 배를 채운다. 한참을 쉬고 있으려니 옆에 어린 학생(?)이 와서 앉는다. 흘낏 보니 앳돼 보이는 게 중3 아니면 고1 정도로 보인다. 학생이 산에 오른 것이 기특하여 칭찬을 해주려고 말을 붙였다. “중학생이야? 아니면 고등학생?” “아니에요, 저 직장 다니는데요.” “아이쿠. 큰 실례를 범했네요. 하도 어려 보여서...” 그러면서 뭔가 변명할 요량으로 “어려 보이는 것은 나름 장점이지요.” 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그 청년은 나의 어색함을 풀어주려는 듯 “맞습니다. 어려보이는 것도 큰 이점이지요.” 하면서 맞장구를 친다. ‘신통하네’라고 생각하는데 “하! 백운대 태극기 앞에서 사진 찍었어야 했는데...“ 하며 앞에 있는 친구와 아쉬움을 토로한다. 사람이 많아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보고만 왔다는 것이다. 서로 먹을 것이 남아있는지 물어보며 배가 고프다는 말을 듣고 나는 비상식으로 가져온 빵을 내어 주었다. ”이거 먹어요. 내가 비상식으로 가져왔는데 먹을 필요가 없을 것 같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