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컨텐츠 바로가기

메인 컨텐츠

킬리만자로 산행기 3/5
한만엽
Date : 2014.01.20
<키보 산장까지>
아침에 8시가 조금 넘어서 출발을 했다. 오늘은 6시간 코스이다. 어제까지는 그래도 길옆에 작은 키의 나무와 덤불들이 있었으나, 오늘은 거의 황무지, 아니 사막수준으로 황량하다! 이박사는 아침에 다이나막스라는 고산 등반 시에 먹는 약을 먹고 출발했으나, 별로 효과가 없나 보다, 얼굴색이 안 좋고, 말이 없어지고, 머리가 점점 아파온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한다. 고산증 약인 다이나막스를 먹었는데도, 전혀 효과가 없다고 계속 투덜댄다. 나도 에베레스트를 갈 때 잠깐 고산증상이 나타나 가슴이 벌렁벌렁 하던 트라우마가 있어서 발걸음 하나하나가 모두 조심스럽다. 발걸음을 천천히 하면서 호흡을 발걸음에 맞추어 심호흡을 하면서, 온통 고산증 생각만 하면서 걷는다. 그래도 별로 약을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내 몸의 한계가 어디인지 한번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에베레스트에서도 약을 안 먹고 잘 버텼지 않았나 하는 자만심도 있었다.
온도계를 체크해보니 16도 정도의 가을 날씨이다. 가이드가 알려주는 대로 길에서 조금 벗어난 바위틈에 식사를 하기 좋아 보이는 장소에서 닭튀김 한조각, 샌드위치 한조각, 망고 쥬스팩 하나로 식사를 하는데, 이박사가 못 먹겠다고 나에게 닭다리를 주고는 나머지 음식도 잘 먹지를 못한다. 고산증이 점점 더 심해지나 보다. 고도계를 보니 현재 고도가 4300m 이다. 이박사가 고생했다던 4200m를 넘어서서 그런가 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에게는 아직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에베레스트의 등정 때는 하루에 300~400m씩 고도를 올렸었던 데 비해서, 이번에는 하루에 1000m 씩 고도가 올라가니 이래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에 갑자기 자신감이 뚝 떨어진다.
킬리만자로 아래에 키보 산장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는데도 거리가 줄어드는 느낌이 없다. 눈으로 보는 거리와 걸어가는 거리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고 있다. 거의 2시가 다 되어서야 고도 4700m의 키보 산장에 도착했다. 한국과 다른 풍경에서의 거리 감각이 얼마나 주관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가 해주는 식사를 하면서 설명을 들으니 식사 후, 바로 취침을 해서, 밤 11시경에 깨우면, 차만 한잔 마시고, 12시쯤 출발하는데 모든 물건을 그냥 산장에 두고, 정상에 갔다가 키보 산장으로 되돌아오는 코스인데, 바로 산장 앞에 보이는 봉우리까지가 6시간, 정상까지는 다시 한시간 반을 더 가야 한다고 한다. 되돌아오는 하산도 4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총 11시간이 걸리는 등산이 내일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